의료폐기물

병원 폐기물 중 의료폐기물이 아닌 재활용 가능한 품목이 있을까?

dolcesommar 2025. 7. 9. 00:00

 

 병원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은 대부분이 ‘의료폐기물’로 분류됩니다. 피가 묻은 거즈, 일회용 주사기, 폐약품, 사용 후 수술도구 등은 감염 우려나 유해성이 크기 때문에 엄격하게 분리·보관·소각 처리됩니다. 그렇다 보니 많은 사람들은 병원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전부 ‘소각해야 할 위험물’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병원 폐기물 중 ‘전부’가 재활용 불가능한 쓰레기일까요?

 

 병원도 엄연한 사업장이며 일반 진료와 관리·행정·운영 전반에서 다양한 형태의 폐기물을 배출합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전자기기, 포장재, 종이류, 플라스틱, 금속 등은 모두 일반폐기물로 분류될 수 있으며 적절한 분류와 관리가 이루어진다면 재활용 가능한 품목으로 충분히 회수·처리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의료폐기물에 대한 논의는 대부분 ‘어떻게 안전하게 버릴 것인가’에 집중돼 있었지만 이제는 ‘그중에서도 재사용하거나 자원화할 수 있는 품목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효율적인 자원순환 체계를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병원 폐기물 중 재활용 가능한 품목의 종류, 재활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기술적 시도, 그리고 실제 현장에서의 분리배출 및 처리 방식까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병원 의료폐기물 중 재활용 가능한 품목

 

병원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유형 구분

 병원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법적으로 크게 의료폐기물과 일반폐기물로 나뉩니다. 의료폐기물은 다시 감염성·비감염성·예리한 물품·폐약품 등으로 세분화되며 이들은 모두 특수 처리 대상으로 분류되어 재활용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그러나 의료폐기물이 아닌 일반폐기물, 즉 병원 운영 중 발생하는 각종 비감염성 폐기물 중에는 재활용이 가능한 품목이 상당히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종이류: 병원 행정 업무에서 나오는 각종 문서, 포장지, 진료차트 인쇄물 등

플라스틱류: 1회용 포장재, 멸균처리된 포장 필름, PET 음료병, 안전한 일회용 컵 등

금속류: 폐의료기기 케이스, 폐알루미늄 트레이, 깨끗한 수술도구 포장재

전자제품: 고장 난 혈압측정기, 체온계, 의료용 PC, 모니터, 배터리류

유리류: 깨지지 않은 유리병, 식당 내 유리제품 등

음식물 쓰레기: 병원식 또는 병원 내 식당 등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이러한 품목은 의료 폐기물과 명확히 분리만 된다면 재활용 처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병원 내부에서 분리배출이 어렵거나 혼합 배출 시 전체가 의료폐기물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재활용률은 낮습니다. 특히 멸균 포장된 비접촉성 일회용 플라스틱, 예컨대 주사기 개별 포장재나 의료기기 포장용 폴리에틸렌 시트 등은 재질이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감염 위험이 없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으면 의료폐기물로 처리됩니다. 이처럼 분리·분류 과정의 애매한 경계 때문에 재활용 가능 품목조차 소각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실제 재활용 가능한 품목들 – 병원 내외 사례 중심

 의료폐기물로 분류되지 않고 재활용이 가능한 품목의 실제 예시는 의외로 다양합니다. 다수 병원에서는 행정 구역과 진료 구역을 엄격하게 구분해 병원 내 '비의료 영역'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일반 재활용 폐기물로 분리 처리하고 있습니다.

 

병원 내 일반구역에서의 재활용

- 행정부서: 종이, 박스, 음료 캔, 플라스틱 컵 등

- 병원 식당: 음식물 쓰레기, PET 병, 알루미늄 캔

- 약국 포장실: 접촉 없는 포장 비닐, 정제병

- 청소 용품류: 깨끗한 PET 바틀, 걸레 손잡이 등

 

이러한 품목은 기존 재활용 업체와 계약하여 처리하거나 의료폐기물 위탁처리 업체와 분리배출 항목을 협의하여 정리할 수 있습니다.

 

병원 외부 전문 회수 업체 활용

 일부 병원은 폐전기 전자제품 회수 업체,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 전문 처리 업체 등과 별도 계약을 통해 ‘비감염성 폐기물’을 병원 외부로 반출해 처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장 난 수술실 조명기기, 컴퓨터 부품, 파손되지 않은 의료용 의자 등의 비의료성 물품은 국가 공공기관 폐기물 기준상 일반 사업장 재활용 대상이기 때문에 이런 품목에 대해서는 소각이 아닌 분리배출, 회수, 자원화 절차를 통해 처리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이러한 분리배출이 감염관리나 작업 동선 문제로 인해 어렵거나 번거롭다는 이유로 생략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재활용 실적은 낮은 편입니다.

 

 

재활용을 가로막는 장벽들 – 제도, 인식, 작업환경

재활용 가능성이 있음에도 병원 폐기물의 재활용률이 낮은 데에는 몇 가지 구조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감염 우려로 인한 소극적 분류

병원에서는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심이 가는 품목은 전부 의료폐기물로 분류하는 관행이 있습니다. 실제로 감염성이 없더라도 의료용 포장지나 플라스틱이 진료실에서 배출되었다면 직원들은 안전을 위해 그냥 의료폐기물로 분류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리배출 설비 및 교육 부족

다양한 폐기물 분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구역별 전용 수거함, 색상별 봉투, 일정한 규칙과 주기적인 교육이 필요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이 잘 갖춰진 병원은 드뭅니다. 특히 소규모 의원급 의료기관은 분리배출보다는 ‘통합 처리’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습니다.

 

경제적 유인이 없음

일반 사업장과 달리 병원에서는 재활용률을 높인다고 해서 별다른 인센티브나 수익 구조가 없습니다. 오히려 분류, 교육, 회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므로 병원 입장에서는 손해가 되는 구조입니다.

 

제도적 기준의 모호함

감염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모호한 경우가 많습니다. “직접 접촉하지 않았지만 의료용으로 사용된 포장재는 감염성인가 아닌가?” 같은 경계성 품목이 명확히 분리되지 않아 보수적으로 처리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원순환을 위한 미래 방향 – 제도, 기술, 인식의 변화

 의료폐기물 중 재활용 가능한 품목을 적극적으로 구분·관리하기 위해서는 병원 단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국가 단위의 제도 개선, 기술 개발, 그리고 국민적 인식 전환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병원 폐기물 세분화 기준 강화

감염성이 없는 포장재, 기기 케이스 등은 일반폐기물로 명확히 분류되도록 법령 개정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의료폐기물로 인한 불필요한 소각과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RFID 시스템과 재활용 시스템의 통합

기존 RFID 추적 시스템은 의료폐기물에만 적용됩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발생하는 일반폐기물에도 분류별 코드나 QR 추적 시스템을 적용하면 재활용품 회수·통계에 도움이 되고, 병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병원 재활용 관리 인센티브 도입

재활용률이 높은 병원에 대해서는 의료폐기물 처리비 절감, ESG 점수 반영, 공공기관 평가 가산점 부여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병원 스스로 재활용을 실천할 동기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의료폐기물과 자원순환의 연결을 위한 공론화

대부분의 국민은 병원 폐기물이라면 무조건 위험하다고 인식합니다. 하지만 일반구역과 진료구역에서의 폐기물은 분명히 다르며 일부는 안전하게 재활용될 수 있다는 정보가 더 많이 공유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 변화가 있어야 병원 내부에서도 재활용 정책을 설계하기 쉬워집니다.

 

 

 

 병원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모두 소각되어야만 하는 의료폐기물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진료 현장을 벗어나면 병원은 하나의 사업장이며 그 속에서는 종이, 플라스틱, 전자기기, 금속 등 재활용 가능한 수많은 자원이 배출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의심이 되면 의료폐기물로 분류하여 전부 버리는 보수적 대응이 기본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명확히 구분하고, 안전한 품목은 자원으로 회수하는 순환 시스템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분리배출의 문제가 아닙니다. 탄소중립 시대를 살아가는 병원과 사회가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재활용은 비용 절감의 수단이자 병원의 지속가능성과 환경 윤리를 증명하는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의료폐기물과 자원순환은 상반된 개념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조금만 더 고민하고, 기준을 정비하며 현장을 변화시킨다면 병원에서도 충분히 ‘순환하는 폐기물 처리’가 가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