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폐기물

의료폐기물 처리와 탄소 배출, 환경 이슈 정리

dolcesommar 2025. 7. 7. 18:55

 의료폐기물은 병원, 요양 시설, 진료소 등에서 환자를 치료하거나 검진, 수술, 처치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 이와 같은 의료폐기물은 인체에서 유래된 감염성 물질을 포함하거나 예리한 기구가 사용된 이후의 잔여물이기 때문에 감염 확산 가능성이 높아 일반폐기물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처리되어야 합니다. 보건 안전을 위해 엄격한 규제에 따라 수거되고 고온 소각 방식으로 처리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의료폐기물을 ‘위생과 안전’이라는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감염 예방이라는 명분 아래, 의료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 대기오염, 유해 물질 방출 문제는 상대적으로 간과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환경 보호보다는 감염 예방이 우선시되며 소각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이유로 대체 기술에 대한 논의가 지연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대는 바뀌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며 모든 산업과 사회 부문이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공통된 책무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의료폐기물 처리 역시 그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단순히 병원균을 제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얼마나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느냐, 얼마나 자원을 회수하느냐, 탄소를 얼마나 배출하지 않느냐가 의료기관과 정부, 처리 업체 모두에게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의료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탄소 배출과 환경문제를 객관적인 데이터와 함께 살펴보고 이를 둘러싼 기술적·제도적 변화,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를 종합적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의료폐기물 처리와 탄소 배출 등 환경 이슈

 

의료폐기물 소각과 탄소 배출의 구조적 문제

 

 국내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의 약 95% 이상은 고온 소각 방식으로 처리됩니다. 특히 감염성이 강한 폐기물(혈액, 조직, 주사기 등)은 불완전 연소나 저온 처리 시 병원균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850도 이상의 고온에서 소각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방식은 감염 차단이라는 장점이 있는 동시에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또한, 소각 과정에서는 아래와 같은 대표적인 오염물질이 다량 발생합니다:

 

이산화탄소(CO₂): 소각 자체에서 발생할 뿐 아니라, 처리용 연료(LNG, 경유 등) 소모량이 많아 이중으로 배출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대기 중 반응을 통해 초미세먼지와 스모그를 유발

다이옥신, 퓨란류: 플라스틱이나 합성수지류가 연소되며 생성되는 1급 발암물질

PM2.5, PM10 등의 입자상 물질: 호흡기 질환의 주된 원인으로, 폐기물 성분에 따라 농도 차이 발생

 의료폐기물은 일반 쓰레기보다 플라스틱 함량이 높고, 고분자 화합물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연소 시 이산화탄소와 유해가스가 더 많이 발생합니다. 대표적으로 사용한 주사기, 포장 필름, 멸균포, 1회용 수술복 등은 대부분 PVC 또는 PE 기반으로 제작되며 소각 시 열량은 높지만 배출가스가 매우 복잡하고 유해합니다.

 

 또한 고온 소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료의 보조 투입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LNG, 중유 등의 화석연료가 사용됩니다. 이로 인해 1톤의 의료폐기물을 처리할 때 평균적으로 약 330kg 이상의 CO₂가 배출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여기에 수거 및 운반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까지 포함하면 의료폐기물 1kg당 탄소발자국은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즉, 의료폐기물은 보건 안전을 위한 필수 행위의 결과물이면서도 기후위기라는 또 다른 위협을 가중시키는 잠재적 오염원이라는 점에서 이중적인 성격을 가집니다.

 

 

의료폐기물 처리 시설이 지역 환경에 미치는 영향

 

 의료폐기물 소각장은 대부분 도심 외곽이나 산업단지 내에 위치하고 있으며 환경부의 엄격한 인허가 기준에 따라 설치 및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술적으로 정교한 소각로를 갖췄더라도 소각이라는 방식 자체가 가진 환경적 한계는 완전히 제거될 수 없습니다. 소각시설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환경 영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기질 악화: 연소 후 배출되는 질소산화물,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다이옥신 등은 대기 중에 축적되어 인근 지역의 대기질 저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열섬현상: 대형 소각장이 지속적으로 열을 방출하면서 주변 기온 상승과 국지적인 기후 변화 유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하수 및 토양 오염 가능성: 소각 잔재물은 대부분 밀폐 상태로 매립되지만 누출 시 중금속 성분이 지하수에 스며들 수 있으며 인근 농경지의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지역 주민의 건강 불안과 반발: 소각장 주변 주민들은 폐 질환, 두통, 악취, 스트레스 등의 건강 문제를 호소하며 이로 인한 민원 및 갈등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의료폐기물 소각장은 일반 생활 쓰레기 소각장보다 사회적 민감도가 높습니다. 처리 대상이 병원균, 바이러스, 폐조직, 체액 등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심리적인 거부감도 더 크고, 입지 선정 시 지역 반발이 심해 신규 건설이 사실상 어려운 상태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의료폐기물 처리 시설은 단순히 ‘처리 공정의 일환’이 아니라 지역 환경과 공공 갈등, 주민 수용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다차원적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도 변화와 정책 흐름: 환경 기준이 강화되는 의료폐기물 처리

 

 최근 정부는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의료폐기물 처리 영역에도 환경규제를 확대 적용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위생 안전이 주된 목표였다면 이제는 탄소 절감, 자원 회수, 친환경 설비 구축 여부가 병행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주요한 제도적 변화의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TMS(굴뚝 자동측정 기기) 설치 의무화: 전국 의료폐기물 소각장은 배출가스를 24시간 측정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환경부 시스템에 보고해야 합니다.

 

탄소 배출량 보고 의무: 대형 처리업체는 연간 처리량 대비 탄소 배출 총량을 제출하고, 일정 기준 초과 시 환경개선 명령을 받게 됩니다.

 

폐열 회수 설비 유무에 따른 평가 차등: 소각 열을 병원, 공장, 복지시설 등에 공급하는 회수율이 높을수록 인허가 갱신 시 우대 조건이 부여됩니다.

 

의료기관 대상 탄소 감축 가이드라인 마련: 의료폐기물 분리배출, 사용량 최소화, 멸균 장비 효율화 등 병원 차원의 환경 관리도 제도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일부 지자체에서는 친환경 처리 시설 유치를 위한 주민참여 예산 제도, 지역 에너지 순환 모델 연계 계획, 친환경 처리 인증제 도입 등 의료폐기물 처리의 ‘환경 중심 전환’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으로는 의료기관과 처리 업체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탄소배출권 거래, ESG 평가, 정부 보조금 연계 등 새로운 기회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의료폐기물 소각 이외의 기술적 대안과 순환 경제 관점의 적용

 

 의료폐기물 처리를 친환경적으로 바꾸기 위한 핵심은 ‘소각 이외의 처리 기술을 얼마나 확대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기존의 고온 소각은 그 자체로 탄소중립과 거리가 멀며 기술적인 한계와 사회적 갈등이 겹쳐져 있는 만큼 새로운 기술과 처리 구조의 도입이 필수입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기술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저온 플라스마 멸균: 고온을 사용하지 않고 전기장을 이용한 이온화로 병원균을 사멸시키는 기술. 탄소 배출이 적고, 에너지 소비량이 낮은 점에서 주목받고 있음. 

 

이동형 멸균·분쇄 통합 장비: 감염병 위기나 원격 지역 대응에 적합. 수거 전 현장에서 멸균을 완료함으로써 감염 전파 위험도 최소화.

 

폐열 회수 기반 순환 모델: 소각 열을 지역난방 또는 병원 자체 냉·난방에 활용해 에너지 순환 구조를 만듦. 일부 소각장은 연 10억 원 이상의 에너지 회수 효과를 보고 있음.

 

슬래그 자원화 기술: 소각 후 남은 잔재물에서 유해 성분을 제거한 뒤 건축 기초자재나 보도블록 등으로 재활용하는 기술. 실증 단계 진입.

 

AI 기반 배출량 예측 및 분류 최적화 시스템: 불필요한 의료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정확한 분류로 일반폐기물로의 전환 가능성을 높임.

 

 이러한 기술들은 단지 탄소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에너지 절감, 처리 효율 향상, 사회적 갈등 완화, ESG 대응이라는 다양한 가치를 함께 제공합니다.

 

 

 의료폐기물은 인류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결과물이지만 그 처리 과정이 환경을 해친다면 우리는 그 목적 자체를 위협하게 됩니다. 의료의 본질이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면 의료폐기물 처리 역시 사람과 환경을 함께 살리는 방식으로 진화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위생과 안전’이라는 이유로 소각만을 고수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와 유해 물질의 영향까지 함께 고려할 수 있는 기술과 제도가 필요합니다.

 

 탄소중립은 단지 환경부의 과제가 아닙니다. 병원, 보건 의료 종사자, 지방정부, 기술기업, 시민 모두의 책임이며 의료폐기물은 그 연결고리에 있는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상입니다. 앞으로의 의료폐기물 관리는 감염 예방, 환경 보호, 에너지 회수, 사회적 수용성이 모두 만족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그 핵심에는 기술의 발전과 제도적 연계, 인식의 변화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이제는 "어떻게 없앨 것가?"에서 "어떻게 덜 만들고, 더 안전하게, 더 지구 친화적으로 다룰 것인가?"로 나아가야 하며 이는 의료폐기물을 둘러싼 우리 모두의 미래를 지키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