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폐기물

의료폐기물의 미세먼지 기여도, 과학적 분석으로 본 실태는?

dolcesommar 2025. 8. 9. 15:49

 

  의료폐기물은 그 자체로도 고위험군 폐기물로 분류됩니다. 병원, 동물 병원, 요양원, 실험실 등에서 발생하는 이 폐기물들은 감염성, 화학성, 예리성, 약물성 등의 특징을 가지며 일반폐기물과 확연히 구분되는 특수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의료폐기물이 단순히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처리 과정에서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미세먼지와의 연관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소각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PM2.5 이하)와 각종 유해가스는 국민 건강과 환경 문제로 직결됩니다.

 

 그렇다면 의료폐기물이 실제로 어느 정도 미세먼지 발생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를 과학적으로 측정한 데이터는 존재할까요? 또한,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일까요? 이 글에서는 의료폐기물의 미세먼지 기여도를 과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향후의 정책 및 기술적 대안에 대해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의료폐기물의 미세먼지 기여도 관련 과학적 분석

의료폐기물 소각이 초래하는 미세먼지 문제

 의료폐기물의 대부분은 감염성과 위험성을 고려해 고온 소각 방식으로 처리됩니다. 이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 물질 중에는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이산화황(SO₂), 질소산화물(NOx), 다이옥신,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플라스틱 기반의 의료용품(주사기, 수액백, 장갑 등)은 PVC나 기타 합성수지로 만들어져 있어 소각 시 많은 유해 물질을 배출합니다.

 

 최근 환경공단이 발표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소각시설에 비해 의료폐기물 소각시설에서 단위 톤당 더 많은 미세먼지가 배출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이유는 의료폐기물의 특성상 다양한 물질이 혼합되어 있어 소각 시 완전연소가 어렵고 잔재물과 유해 입자가 다량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의료폐기물 소각시설의 상당수가 도심 외곽이나 공단 근처에 위치하고 있어 인근 주민들에게 미세먼지 노출의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과학적으로 본 의료폐기물의 미세먼지 배출량

 그렇다면 의료폐기물이 전체 미세먼지 발생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요?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 그리고 다수의 국외 연구기관에서 수행한 분석에 따르면 전체 미세먼지 배출원 중 산업계가 약 38%, 수송 부문이 28%, 생활 부문이 20%, 기타가 14%를 차지합니다. 의료폐기물은 일반적으로 산업계 또는 기타 범주에 포함되며 직접적으로 집계된 수치는 아직 부족합니다. 그러나 미국 EPA와 유럽 EEA에서는 의료폐기물 소각에서 발생하는 PM10 및 PM2.5 수치를 추적하며 기준치 초과 시 폐쇄 또는 보완 명령을 내리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비슷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RFID 기반 폐기물 추적 시스템과 대기질 실시간 측정 시스템의 통합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한 국내 연구에서는 수도권의 특정 소각장에서 의료폐기물 소각으로 인해 시간당 평균 2.8mg의 PM2.5가 배출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같은 양의 생활 폐기물을 소각할 때보다 약 1.6배 높은 수치입니다.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료폐기물 소각의 환경적 비용을 정량적으로 계산하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의료폐기물의 미세먼지 외 유해 성분 방출

 미세먼지라는 결과물만으로 의료폐기물의 위험성을 판단하는 것은 부족할 수 있습니다. 의료폐기물은 소각 중 단순한 탄소 입자뿐만 아니라 화학약품의 잔류물, 중금속, 방사성 성분 등의 복합 유해 물질을 동시에 방출합니다. 특히 약물류가 포함된 폐기물은 소각 온도와 처리 방식에 따라 유해가스와 미세먼지가 복합적으로 생성됩니다. 예를 들어 항생제 성분이 남아 있는 의료폐기물이 고온에서 연소되지 않고 부분 연소될 경우,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함께 복합 미세입자(PM 복합체)를 형성할 수 있으며 이는 일반 미세먼지보다 폐 깊숙이 침투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또한 의료용 PVC 제품 소각 시 염소계 다이옥신이 미세먼지에 흡착되어 대기 중 장시간 머무를 수 있다는 경고도 있습니다. 따라서 의료폐기물 소각과정은 미세먼지뿐 아니라 ‘복합 유해성 입자군’의 생성 과정이라는 점에서 훨씬 더 정교한 규제와 감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의료폐기물 소각 대신 대체 기술은 없을까?

 미세먼지 문제를 줄이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은 의료폐기물의 소각 의존도를 낮추는 것입니다. 최근 등장한 여러 대체 처리 기술은 이 방향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 비소각 멸균 방식(멸균기, 오토클레이브): 의료폐기물을 130~160℃의 고압 증기로 멸균하여 일반폐기물로 전환해 매립하거나 재활용이 가능하게 만듭니다.

- 플라스마 열분해: 고온의 플라스마를 이용해 분자 단위로 폐기물을 분해하고 미세먼지 배출이 거의 없습니다.

- 전자빔 처리: 방사선을 이용해 폐기물 내 병원균 및 잔여 약물 성분을 파괴함으로써 무해화 처리하는 기술입니다.

 

 다만 이들 기술은 시설 투자 비용, 처리 속도, 물리적 한계 등의 문제로 아직 보편화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도심형 소규모 병원 및 요양 시설에서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실현 가능한 대안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탄소중립 병원 인증을 받기 위한 일환으로 이러한 장비 도입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의료폐기물 미세먼지 문제 정책은 어디까지 와 있나?

 현재 국내에서 의료폐기물은 환경부의 ‘폐기물 관리법’과 보건복지부의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이중 관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법령의 주된 초점은 감염성 관리와 안전한 폐기 절차에 맞춰져 있고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구체적 규제는 미흡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료폐기물 소각시설은 굴뚝자동측정 기기(TMS)를 통해 먼지,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배출을 측정하지만  PM2.5·PM1.0과 같은 초미세먼지 항목은 의무 측정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습니다.

 

 최근 들어 이 부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대기오염물질 총량제’에 의료폐기물 소각시설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시범사업에서는 소각장에 실시간 초미세먼지 센서와 배출 데이터 전송 장치를 설치하고, 기준 초과 시 자동으로 연소 온도를 조절하거나 가동을 일시 중단시키는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이러한 장치는 일본과 독일의 일부 소각장에서 이미 상용화되어 미세먼지 배출량을 평균 30~40%까지 줄이는 효과를 입증한 바 있습니다.

 

 또한, RFID 기반의 의료폐기물 전 주기 추적 시스템에 미세먼지 발생량 데이터를 연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의료폐기물의 발생지부터 처리 과정, 그리고 대기 배출까지 한 번에 모니터링이 가능해져 환경 관리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도 개선에는 의료계와 소각 업계의 반발도 존재합니다. 소각 업계는 초미세먼지 측정 장비 도입과 방지시설 업그레이드에 대당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며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일부 의료기관은 처리 비용 상승이 환자 진료비에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면 미세먼지 관리 항목의 법적 의무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선진국 사례를 참고한 맞춤형 규제, 시설 개선에 대한 정부 보조금, 그리고 지자체-병원-환경단체 간의 협력체계 구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결국 의료폐기물 미세먼지 문제는 환경정책, 산업정책, 보건정책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복합 과제입니다.

 

 

 의료폐기물 문제는 단순히 ‘병원 쓰레기 처리’의 범위를 넘어 환경, 공중보건, 경제, 사회적 책임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글로벌 과제입니다. 특히 의료폐기물에서 파생되는 미세먼지, 유해 화학물질, 감염성 위험은 그 피해 범위가 병원 울타리를 넘어 주거지, 산업단지, 농경지, 그리고 대기권 전체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방치하면 단기적으로는 지역 주민의 건강 악화와 환경오염을 장기적으로는 국가 경제 손실과 사회 신뢰 붕괴를 초래하게 됩니다.

 

 앞으로의 해결책은 단순한 ‘처리’에서 ‘예방·감축·재활용’ 중심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첨단 분류 로봇, 저온 멸균·저배출 소각, 플라스마 처리와 같은 차세대 기술은 물론 발생 단계부터 의료폐기물을 줄이는 병원 운영 혁신이 필수적입니다. 여기에 법·제도의 정밀화와 함께 탄소 배출권 거래, ESG 경영, 지속 가능한 병원 건축과 연계한 전략도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입니다. 의료폐기물 문제를 병원만의 의무가 아닌 국민 모두의 환경·건강권 문제로 바라볼 때 기술 투자와 제도 개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됩니다. 지금 우리가 내리는 선택과 행동이 앞으로 10년, 50년 뒤의 환경과 인류 건강을 결정할 것입니다. 의료폐기물 관리의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 일은 단순한 환경정책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생존 전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