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폐기물 감량을 위한 병원 수술법 변화는 현실 가능한가?
병원에서 나오는 의료폐기물은 모두가 알고 있는 감염 위험뿐 아니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특히 의료폐기물 중에서도 수술실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비중은 매우 높고 집중적입니다. 일회용 기구, 멸균 포장재, 거즈, 방호복, 수술용 장갑 등은 대부분 단 한 번 사용되고 바로 폐기되며 대부분 소각 처리됩니다. 이로 인해 다이옥신 등 2차 오염 가능성도 커지며 탄소 배출량과 자원 낭비 문제까지 심각하게 야기합니다.
최근 국내외 의료계는 의료폐기물 감축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술법 그 자체를 개선함으로써 발생하는 의료폐기물의 양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장비 변경이나 캠페인을 넘어서 의료 행위의 본질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결코 쉬운 논의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수술법의 변화만으로 의료폐기물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가능할까요? 의료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사례는 어떤 것이 있으며 실제 현실에서는 어떤 제약과 가능성이 함께 존재할까요? 이 글에서는 수술실을 중심으로 한 의료폐기물 감량 전략을 심층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수술실 의료폐기물의 특성과 과잉 문제
병원 전체 폐기물 중 수술실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은 최대 30~40%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수술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환자가 회복실로 이동하기까지 수많은 소모성 물품이 사용되며 이 중 다수는 감염 우려를 이유로 폐기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환자와 접촉하지 않거나 감염 위험이 없는 물품도 일괄적으로 폐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과잉 폐기 행태는 감염 관리 규정과 관행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의료진은 감염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예방적 폐기를 선택하고, 병원은 법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폐기 기준을 보수적으로 설정합니다. 이로 인해 수술 키트 내 사용하지 않는 도구도 멸균 후 폐기되고, 포장이 훼손된 장갑이나 기구도 자동 폐기됩니다.
더욱이 수술실의 일회용 사용 원칙은 의료장비 산업계와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각 제조업체는 일회용 제품의 안전성과 위생을 강조하며 실제로 일부 제품은 기술적 재사용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구조상 재사용이 어렵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수술실에서의 의료폐기물은 의료 행위, 산업구조, 감염관리 규제가 얽힌 복잡한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의료폐기물 감량을 위한 수술법 변화 전략
의료폐기물 감량을 위한 수술법 변화는 단지 장비를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의료 행위 전반의 프로토콜을 재구성하는 전략적 접근을 필요로 합니다. 대표적인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재사용 가능한 수술 키트 구성 확대입니다. 미국의 일부 병원에서는 스테인리스 기구를 중심으로 구성된 ‘Reusable Surgical Set’을 사용해 한 번 수술에 들어가는 폐기물을 평균 20~30% 감량하고 있습니다. 이 키트는 고온 멸균이 가능한 내구성 높은 재질로 구성되어 반복 사용이 가능하며 수술 전후에는 자동 세척 시스템을 통해 완전한 멸균을 보장합니다.
둘째, 최소 침습 수술(MIS, Minimally Invasive Surgery) 방식의 확대입니다. 복강경, 내시경, 로봇 수술 등은 전통적인 개복 수술보다 필요한 소모품이 적고 절개 부위가 작아 감염 관리 부담도 낮아지며 전반적인 의료폐기물 사용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로봇 수술의 경우 디지털 기반 수술로 기구의 재사용률이 높아져 의료폐기물 감소 효과가 더욱 두드러집니다.
셋째, 표준화된 수술 절차서 개발과 훈련 강화입니다. 불필요한 도구를 줄이고 필요 없는 준비물품을 제거함으로써 사전에 의료폐기물을 줄이는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미국의 일부 병원은 수술 전 ‘필요 장비 체크리스트’를 도입해 연간 수천 톤의 의료폐기물을 감량한 사례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전략은 단기적으로 비용과 인력 훈련 부담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환경 보호, 예산 절감, 의료 신뢰도 제고라는 다층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의료폐기물 감량 수술법 적용 사례와 성과
실제로 여러 국가에서 의료폐기물 감량을 목표로 수술법 개선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의 Kaiser Permanente 병원입니다. 이 병원은 ‘그린 오퍼레이팅 룸(Green OR)’ 프로그램을 도입해 수술 중 사용되는 소모품과 의료폐기물의 발생량을 분석하고 이를 기준으로 재사용 가능 항목을 확대해 나갔습니다. 그 결과 3년 만에 수술실 의료 폐기물량을 30% 이상 감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영국 NHS(국민 건강 서비스)에서도 Low Waste Surgery Initiative를 통해 MIS 방식 확대, 수술 전 사전 폐기물 시뮬레이션 도입, 환자 맞춤형 도구 구성 등의 방안을 통해 병원당 연간 150톤 이상의 의료폐기물 절감을 달성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일부 대학병원과 공공병원에서 수술실 폐기물 감량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서울의료원은 ESG 경영과 연계해 수술실 내 재사용 가능한 기구 비율을 높이고 환자당 의료폐기물 배출량을 측정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시범 단계이거나 자율 참여 중심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존재합니다.
의료폐기물 감량 수술법의 한계와 도전 과제
의료폐기물 감량을 위한 수술법 변화는 현실적으로 다양한 제약과 한계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감염관리 규정과 법적 책임입니다. 재사용 기구를 사용할 경우 감염이 발생했을 때 병원 측이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이며 이 때문에 대부분의 병원은 보수적인 폐기물 처리 기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둘째, 의료진의 업무 부담과 심리적 저항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수술은 생명을 다루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기존에 익숙한 절차나 도구의 변경은 실수 가능성을 높인다는 인식으로 인해 쉽게 채택되기 어렵습니다. 셋째, 재사용을 위한 인프라 부족 문제입니다. 재사용 기구의 세척·멸균을 위한 설비와 인력, 품질 검증 체계가 구축되어 있지 않으면 오히려 감염 확산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시설 투자는 특히 중소병원이나 지방 의료기관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도전이 됩니다. 또한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장비나 소모품을 바꾸는 것은 의료기기 제조사와의 이해관계 문제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산업 전반의 표준과 공급 체계 자체가 일회용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면 변화를 위한 유통의 혁신도 필요합니다.
의료폐기물 감량 수술법과 병원의 ESG 전략
최근 전 세계적으로 병원 경영의 ESG(환경·사회·지배 구조) 기준 강화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의료기관이 단순한 진료 서비스 제공자를 넘어서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의료폐기물 감량 수술법은 병원의 ESG 전략에 있어 ‘환경(E)’에 해당하는 핵심 영역입니다. 환자 안전을 유지하면서도 자원 사용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탄소 배출을 낮추는 방향은 국내 병원 평가 지표 및 국제 인증 기준과도 연결됩니다. 예를 들어 JCI(국제의료기관 인증) 기준에서도 의료폐기물 관리, 수술 후 감염 예방, 지속 가능한 자원 사용에 대한 항목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에서는 최근 보건복지부 주도로 병원별 ‘의료 탄소 중립 실천 평가’도 도입이 추진 중입니다. 결과적으로 수술법 변화는 단지 의료폐기물을 줄이는 기술적 접근이 아니라 병원이 지속 가능한 기관으로 변화하는 핵심 전략의 일부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의료폐기물 감량을 위한 수술법 변화는 충분히 가능하며 이미 전 세계적으로 그 가능성을 입증한 병원들도 존재합니다. 다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구를 재사용하자는 구호를 넘어서 의료문화의 변화, 제도적 지원, 기술 인프라, 교육 체계, 사회적 합의가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수술은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고도의 기술인 만큼 안전과 효율성, 감염관리 사이에서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변화를 위한 노력 없이 지금처럼 그대로 진행된다면 수술실은 생명을 살리는 공간이면서도 환경을 위협하는 공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의료를 위한 선택은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늘의 수술이 환자의 건강과 지구 환경을 동시에 지킬 수 있도록 우리는 의료폐기물 감량이라는 관점에서 수술법의 변화를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